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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계열사 의존하다…"배터리 트렌드" 놓쳐 (조선경제 2016. 9. 19일자)
getfl  Date : 2016-09-20 17:09:27     Hit : 14911

['갤노트 7' 리콜 사태… '세계 1위' SDI, 세계4위 中업체에 밀린 이유]

매출 31% 삼성 계열사서 올려
분리형 角배터리에 집중하다 최신 파우치형 개발 늦어져
구조조정·희망퇴직 등으로 배터리 개발인력 대거 퇴사
中업체, 아이폰 초기부터 납품… 파우치형 기술력 SDI보다 우위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판매한 '갤럭시노트7'를 19일부터 순차적으로 새 제품으로 교환해준다. 새 제품에는 기존에 폭발 문제가 발생했던 삼성SDI의 배터리 대신 중국 ATL사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도 중국 배터리가 탑재된 새 제품은 안전성을 인정해 삼성전자의 리콜과 판매 재개 계획을 승인했다. 소형 전지 분야 세계 1위인 삼성SDI를 기술력으로 압도한 중국 ATL은 어떤 회사일까.

최신 일체형 배터리에선 中 업체가 우위

삼성SDI의 작년 세계 소형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25%로, 10%대 수준인 LG화학·파나소닉·ATL 등 경쟁사를 제치고 수년째 1위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에선 그룹 계열사로부터 독점적인 물량을 확보한 대기업들이 양(量)으로는 압도할지 몰라도 업체 간 기술 격차는 사실상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배터리 업계의 한 전문가는 "배터리 산업은 이미 기술 표준화가 이뤄진 산업이라 기업 간 기술 격차가 큰 반도체 산업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게다가 이번에 문제가 됐던 '파우치(pouch·주머니)형 배터리' 분야에선 오히려 ATL의 기술력이 삼성SDI보다 우위라는 평가도 있다. 분리형 스마트폰에는 주로 딱딱한 각(角)형 배터리가 쓰이지만, 일체형 스마트폰에는 얇은 알루미늄 막을 적용한 주머니 형태의 파우치형이 주로 탑재된다. 일체형으로 얇은 두께를 구현하기 위해선 모양 변형이 자유로운 파우치형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파우치형에는 배터리 내부의 전해액을 젤 상태로 만들어 안전성을 높인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가 주로 쓰인다.

세계 소형 전지 시장점유율 그래프
중국에 본사를 둔 ATL은 품질 관리가 깐깐하기로 유명한 애플에 아이폰 초기부터 파우치형 배터리를 납품한 기술 기업으로 업계에 소문나 있다. 신제품 '아이폰7'에도 ATL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홍콩 일대에서 일하던 중국인 엔지니어들이 1999년 창업했다. 2005년 일본 전자부품 회사인 TDK에 인수되면서 미세 공정 기술 등을 이전받아 급속도로 성장했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해 '갤럭시S7엣지'에 역대 최대 용량인 3600mAh(밀리암페어시)의 파우치형 배터리를 적용할 때 ATL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았다.

계열사 물량에 의존하다 적기 놓쳐

전문가들 사이에선 삼성 계열사에 대한 높은 사업 의존도가 삼성SDI의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SDI는 올 상반기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등 관계사로부터 전체 매출의 31.6%를 벌어들였다. 2014년에는 이 비중이 매출 절반(49.6%)까지 치솟기도 했다. 삼성SDI가 세계 1위 배터리 업체가 된 것은 자체 기술력도 있지만 삼성전자가 물량을 과감하게 몰아준 영향도 크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노트7을 출시할 때도 초기 배터리 물량의 70%가량을 모두 삼성SDI에 몰아줬다.

계열사 물량에 의존하다 보니 기술 개발의 적기를 놓쳤다. LG화학·ATL 등 경쟁사들은 업계 트렌드에 발맞춰 주력 제품군을 일찌감치 파우치형으로 바꿨지만, 삼성SDI는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분리형 스마트폰을 고집하면서 각형 배터리를 계속 만들 수밖에 없었다. 시장조사업체 B3의 다케시타 회장은 작년 일본에서 열린 '배터리 재팬' 콘퍼런스에서 "배터리 제조사들이 각형에서 철수하는 상황에서 삼성SDI만 각형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SDI 역시 최근 실적 발표에서 "중국 업체들이 지난 수년간 폴리머 전지(파우치형 배터리)에 집중해 우리가 경쟁 우위를 가지지 못한 상태"라고 인정했다.

삼성SDI는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주문을 받아 갤럭시노트5보다 용량이 20% 가까이 늘어난 3500mAh의 대용량 파우치형 배터리 제조에 나섰다. 노트7은 노트5보다 폭이 더 좁고 처음으로 방수·방진 기능이 적용돼 배터리 공간에 제약이 더 많았다. 단기간에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결국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삼성SDI가 최근 구조조정·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배터리 인력들이 대거 회사를 나간 것도 문제였다. 작년 말 기준 7408명이었던 배터리 사업부 인력(정규직 기준)은 지난 6월 말 6937명으로 471명 줄었다.

삼성 SDI 관계자는 "배터리 인력이 감소했지만 유능한 인력은 계속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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